33세, 프로 추노 인생의 끝과 새로운 시작
33세. 나는 자타공인 프로 추노였다. 20세부터 지금까지 스무 곳이 넘는 회사를 거쳤다. 알바부터 정직원까지, 소기업들만 전전하며 이런저런 일을 해왔다. 그만둔 이유는 항상 비슷하다.
너무 힘든 육체노동에 몸이 못 버티거나, 아니면 회사에서 만난 진상들 때문에 정신이 못 버티거나.. 나는 제대로 된 기술 하나 없고, 대학교 중퇴. 그냥 고졸이다. 이런 내가 갈 수 있는 회사는 정해져 있다. 잡코리아나 알바몬 채용 공고에 흔히 볼 수 있는 아래 문구들이 써 있는 곳들 말이다.
- "경력 없어도 환영"
- "배우면서 일해요"
- "가족 같은 회사"
- "끈기 있으신 분!"
- "주말 출근 가능하신 분"
- "잔업 풀"
- "열심히 하시면 정직원 채용"
정말 공부 좀 할 걸… 하아..
내가 걸어온 길, 그리고 그 길 속의 사람들
내가 사는 지역은 지금은 많이 발전했지만, 20대 초반에는 완전 시골이었다. 그래서 주로 공장이나 물류 같은 일을 많이 접했다. 어딜 가든 꼰대 아재들이 판을 치고, 동네에서 공부 못하던 친구들을 다 만나게 된다.인생의 유일한 자랑이 "군대 다녀왔다"는 것뿐인 사람들.
자존심은 또 어찌나 강한지. 그런데 나도 별반 다를 게 없으니, 그걸 비웃을 처지도 아니다.그런 곳에서 일하다 보면 항상 이런 말을 듣게 된다. "그런 곳에서도 못 버티면 세상은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거보다 힘든 일 많아!"이 말이 가장 싫다.
힘든 건 힘든 거다. 하루 종일 서 있고, 무거운 걸 들고 나르고, 퇴근하면 힘들어 죽겠는데 회식까지 끌려가야 한다. 술자리에서는 진상들이 판을 치고, 나이 많은 사람들은 무슨 훈장처럼 자기 철학을 늘어놓는다.그런 사람들과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런 회사들밖에 갈 수 없는 나 자신이 한심하고 처량하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 공부 못하면 이렇게 된다는 걸 왜 그때는 몰랐을까. 졸업하고 나서야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이것저것 배우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내가 배운 것들은 전부 3D 업종(힘든, 더러운, 위험한 일)을 위한 준비에 불과했다.다른 업종과 다를 바 없이, 생산직이나 단순 노동은 아무리 오래 해도 연봉이 잘 오르지 않는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일이니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예로 들어보자. 1년 한 사람이나 10년 한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은 비슷하다. 계산할 때 공중제비라도 돌면서 바코드를 찍는 게 아닌 이상, 월급이 달라질 이유가 없다.대기업 하청업체 같은 곳도 마찬가지다.
직급이고 뭐고 나이 많으면 선임. 그저 시키는 대로 일하고, 야근 많이 하면 된다는 식이다.돈이라도 많이 주면 없던 힘이라도 끌어모아 버텼을 텐데, 월급 200을 넘기기 위해 이렇게 고생해야 한다는 게 너무 답답하다. 기술 하나 없는 고졸 인생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점점 멀어지는 친구들
주변 친구들과 비교될 때마다 위축됐다. 점점 만나는 게 싫어졌고, 내 자신이 찌질하게 느껴졌다. 회사에서 열정을 유지시켜주는 건 결국 돈인데, 그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내 입에선 항상 이런 말들이 나왔다:
- "나는 이 나이 되도록 뭐 했나..."
- "연봉 2200이라니, 이게 말이 되냐..."
- "세금 떼면 월급 200도 안 돼..."
- "한 달을 풀로 잔업해야 겨우 200 조금 넘는다..."
몸은 갈수록 망가졌고, 2018년 초반에 페인트 매장에서 일하다가, 같은 해 중반쯤엔 박스 공장에서 마지막으로 일했다. 그렇게 13년간의 육체노동 인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누구 탓도 할 수 없었다
누구도 탓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건 내 선택이었고, 내가 만들어낸 결과였으니까. 20대 전부를 이런 일들만 하다가 30대를 맞이한 내가 33세에 퇴사해서 갈 곳이 어디 있겠는가.어차피 가봤자 다 비슷한 곳일 텐데, 도저히 직장 생활은 못 하겠고, 또다시 금방 그만둘 것 같았다.
그 당시 내 통장에 남아 있던 돈은 약 300만 원. 그리고 갚아야 할 은행 대출은 3000만 원. 하루하루가 막막했다.뭔가를 배워서 취업하자니 대출 빚이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것도 아니고, 급한 마음에 택배기사 면접까지 보러 갔다. 하지만 중간에 도망쳤다. (정말 큰일 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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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월 500만 원 사기 주의 – 지입차 할부리스 함정을 피하는 방법30대 백수, 집에서 혼술이나 하고 영화나 보는 신선놀음이 슬슬 지겨워지던 어느 날, 나는 택배기사 알바 면접을 보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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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세, 배달대행으로 새로운 시작
대출에 쫓기면서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으로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직종들만 알아보게 됐다. 그렇게 접하게 된 것이 바로 배달대행.간단한 면접 후, 2018년 8월 22일부터 나의 배달대행 이야기가 시작됐다. 33세의 나에게는 작지만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다.
이 글은 2018년 12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현재 저는 내년 2025년에 40살이 됩니다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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