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를 처음 만난 건 아마도 대략 2019년?? 5~6년 전인 것 같다. 길에서 마주친 애들 중 가장 스스럼없이 다가와 온갖 애교를 피웠던 고양이다. 시골에 위치한 조그마한 마을이어서 마을 사람들 전부에게 애교를 뽐내는 바람에 우리 마을 사람들은 이 고양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 사람들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라서 가지각색의 이름으로 불리는 턱시도냥이다. 내가 부르던 이름은 두 가지인데 처음엔 흔하디 흔한 길냥이들의 이름인 '나비'로 부르다가 나중엔 내가 집에서 키우는 두 마리 고양이중에 '야둥'이라는 고양이와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 리틀야둥, 줄여서 리야라고 부르는 일도 많았다.
- 암컷이다 보니 발정기가 찾아온 수많은 동네 수컷냥이들이 항상 나비 곁에 존재했었다.
- 나비는 해마다 새끼를 낳았고 그 새끼들까지 전부 사료를 챙겨줬었다. 재밌는 건 나만 사료를 챙겨주는 게 아니라 우리 동네 사람들 모두가 나비와 나비의 새끼들까지 밥을 챙겨주고 집도 만들어줬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사람을 홀리는 애교를 발사하는 검은 고양이 나비였다.
- 이때까지 그렇게나 많은 새끼들을 낳았지만 살아남는 고양이들은 많지 않았다. 성묘가 되기 전에 보통은 로드킬 또는 병으로 죽는다. 또 수컷은 자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나비 새끼들 중에 유일하게 건강하게 자라준 성묘는 단 한 마리에 불과했다.
- 처음엔 그저 길냥이, 사료 가끔씩 챙겨주는 고양이정도에 불과했는데 6년을 함께하다 보니 길에서 키우는 내 고양이가 되어버렸다. 하루이틀 안 보이면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 무려 6년을 길에서 살아남아준 고양이다 보니 걱정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었다.
- 더욱이나 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서 정말 걱정이 없던 길냥이 나비였다.
사건의 발생
-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 문을 열고 나가보니 내가 제공해 준 고양이 집에 나비가 들어가 있었다. 보통은 잘 안 들어가 있는데 그날따라 집에 들어가 있었다. 근데 어딘가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게 바로 느껴졌다.
- 몸에 경련이 오는 것처럼 머리를 반복적으로 까딱까딱 거리며 양쪽 눈은 동공이 안보일정도의 눈물로 가득 차 있었고, 엉덩이 쪽 털은 찐득하게 털들이 다 젖어있었다. 하얀색의 이물질이 항문에서 조금씩 나오는 상태였다.
- 균형을 잡지 못해 제대로 걷지도 못했고 기력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말 그대로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눈물을 닦아주는 것과 엉덩이 쪽의 찐득거림을 물수건으로 닦아주는 게 전부였다. 어느 정도 물수건으로 온몸을 닦아준 뒤 캔참치를 챙겨주러 집에 들어간 사이에 그 기력 없는 몸으로 어딘가 이동해 버렸다.
- 하루종일 찾다가 포기하고 하루가 지났다. 다음날 아침 밖을 나가보니 우리 집 문 바로 앞에서 숨만 겨우 쉬며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야옹 하며 나를 쳐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집에 있던 고양이 이동가방을 챙겨 들고 나와서는 곧장 고양이 병원을 향해 달려갔다. 도착하기 전에 죽으면 어떡하지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자궁축농증
- 병원에 도착하여 진단을 받아보니, 나비는 자궁축농증이었다. 이대로 두면 무조건 죽는 상태였기 때문에 병원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보호자분은 어떻게 하시는 게 좋을거같냐고 물어봤다.
- 수술비 가격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또 길냥이라서 갈 데도 없다는 걸 병원 선생님도 알고 있었다. 워낙에 상태가 안좋아서 수술 이후 무조건적으로 건강을 되찾을 거라는 보장 또한 없었다.
새끼고양이 구조 5일차 - 고양이 별로 떠난 하루
- 구조 5일차, 새끼 고양이는 아프지 않은 곳으로 떠났다. 하루하루 버텨내 보라고 하루라는 이름도 지어줬는데.. 처음발견했을 때 모습과 마지막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려서 하루종일 우울하다..
stranger-jy.tistory.com
- 또 바로 전에 나비의 새끼가 낳은 새끼 중 한 마리가 병원 치료 중 결국 죽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운 상황이었다.
- 그래도 6년을 함께한 정이 마음속에 너무나도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나비가 죽어도 이렇게 아픔을 겪으며 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또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는 마음이 강했다.
- 그래서 수술에 동의했고, 수술이 잘 끝나서 다시 건강을 되찾으면 내가 집으로 데려가서 키우겠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 자주 가는 동물병원이라 선생님은 내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는 걸 눈치채신 것 같다. 선생님께서는 자궁축농증 수술비가 아닌 중성화 수술비용으로 수술을 진행해 주셨다. ㅠㅠㅠㅠㅜㅠㅜ 100만 원이 넘어가던 수술비였는데 부담이 반으로 줄었다. ㅠㅠ 너무 감사했다
- 나비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며 현재 5일째 입원 중이다. 수술 하루뒤에는 빈혈 수치가 낮아서 수혈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수술 사진을 보니 정말 대수술이었다...
- 고단한 스트릿 생활을 말해주듯이 아래 이빨은 남아있는게 없었다...😭😭 잇몸 상태도 안좋음...
- 수혈을 진행하게 되면 추가적으로 비용이 발생한다.. 그래도 최대한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주려고 하고 있다.
- 완전히 건강을 되찾을 때까지 입원을 시키고 경과를 지켜볼 예정이다.
- 살아주라 나비야, 건강해져서 힘든 스트릿 생활 끝내고 나랑 같이 집냥이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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