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그저그런날들

퇴사했습니다. 33살 백수 5일차

J.YEOB 2018. 2. 19.

33살에 다시 맞이한 백수 생활, 그 시작

퇴사하고 바로 설 연휴가 시작되서 그런지, 백수가 되었다는 게 처음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실감이 났다. "아, 또 시작이구나."월요일 기상시간: 오후 3시 30분. 어제 날이 밝아올 때까지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겨우 잠들었는데, 참... 그런 거 치고는 엄청 많이 자고 일어났다. 새벽의 고민들이 생각나서 살짝 무안했다.멍한 눈빛으로 믹스커피 한잔 타 마시면서 생각했다.

"엄마… 오후 3시 반에 일어나서 대체 뭘 해야 하지?"

엄마는 병원을 가보라고 했다. 그래! 진짜 좋은 생각이었다. 무려 1년 만에 병원 문을 두드려봤다.

1년 만에 병원 방문, 피부 상태는 처참

그동안 일하느라 병원 갈 시간이 없었다. 사실 나, 건선이라는 피부병을 앓고 있어서, 1년 동안 병원을 못 갔더니 내 피부 상태는 정말 처참했다.오랜만에 뵙는 의사 선생님의 반가운 단골 멘트:

"술 먹지 마세요."
"음식 짜게 드시지 마세요."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이 말을 듣자마자, 벌써 병이 다 나은 기분이었다. 하하. 오늘도 원래대로라면 출근해서 매장 지하에서 택배 무덤에 갇혀 있었을 텐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건… 통장 잔고다.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외면할 수가 없었다. 현타가 세게 왔다.

경력? 택배 잘 싸는 경력밖에 없는데…

취업 사이트를 열어보며 문득 생각했다. 33살이면 경력직으로 어딘가 지원해야 하는데, 내 경력이라고는 죄다 물류, 공장뿐이다.

"예, 저는 택배를 졸라 잘 싸는 경력이 있습니다!"

라고 쓸 수도 없고, 결국 또 아무나 받아주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신입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용히 사람인과 잡코리아에서 알바몬으로 사이트를 옮겼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일급 순으로 체크하고, 알바 목록을 쭉 보면서 한숨을 푹푹 내쉰다.

 

어딜 가나 똑같은 일, 똑같은 상황으로 그만두게 되는 게 뻔히 보인다. 이제는 회사에 다닐 자신조차 없다. 뭐, 사실 기술 하나 없고, 스펙도 별로 없는 내가 좋은 자리만 바라보고 있는 것도 내 변명이긴 하다.

 

파릇파릇한 20대 초반의 꿈나무들이 있는데, 물류 밖에 모르는 33살을 누가 좋게 보고 받아주겠는가. 나도 잘 안다. 그래서 결국 일당제나 단기 알바로 통장 잔고를 연명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려 하고 있다.

헬스장 등록, 그리고 깜찍한 유튜브 계획

일단 인생 처음으로 헬스장에 등록하고, PT라는 것도 받아보려고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백수 생활 동안 컴퓨터 앞에서 라면 먹으며 애니나 보는 것보다, 헬스장에서 운동이라도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그리고 취미로 배워놨던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해, 운동 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려볼까 하는 깜찍한 생각도 하고 있다. 뭐… 수익 창출이라도 되면 나름 성공 아니겠나?

고민은 끝이 없지만, 백수도 나름 알차게

직장 생활 중에도 고민이 많았고, 백수가 된 지금도 고민은 끝이 없다. 일을 하든 안 하든, 좋은 날은 쉽게 오지 않는다. 다들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거 아닐까 싶다.33살에 다시 시작한 백수 생활. 돈 걱정이 **90%**지만, 그럼에도 나름 알차게 생활해보자는 다짐을 해본다.자, 이제 헬스장 등록하러 가볼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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