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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의 초대/그저그런날들

반지하에도 빛은 들어온다

by J.YEOB 2022.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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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일 반지하 월세집에 입주했다

입주한 지 4개월 만에 베란다실 문을 개방했다

4개월 동안 베란다 문을 열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개 추워서 열지 못했었다

반지하가 이렇게 추울 거란걸 예상하지 못했다

진짜 바람이 벽을 뚫고 그대로 들어온다

집 전체가 폼 블록 벽지로

도배되어있는데도 불구하고

벽에 손을 갖다 대고 있으면 찬바람이

집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렇게 바람이 잘 들어오는 반지하에

유리창문만으로 바람을 막아주고 있던

저 베란다실은 그냥 밖이랑

다름없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뽁뽁이와 암막커튼으로

꽁꽁 닫아놓고 살기를 4개월


벚꽃 만개하는 4월을 맞이하며

우리 집 반지하의 문도 열렸다

이렇게 어두컴컴하고 빛 하나 들어오지 않던

우울한 공간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반지하이지만

밖에서 보면 1층이라는 것이다

그저 옆집 건물이 보이는 하찮은 뷰이지만

창문 밖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바깥세상이 존재하는 반지하라는 것이다.

바깥세상이 궁금한 우리 야옹이님들에게는

아주 소중한 공간이 될듯하다

입주하기 전부터 베란다실에 놓여있던

거의 썩어가고 있는 듯한 수납장이 있었다

버리려고 준비 중이던 찰나,

저 수납 장위로 올라가 있는

나의 고양이들 사진을 찍게 되었다

이 사진 정말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다

벗겨진 페인트의 베란다실 벽면과

잡아당기면 그대로 떨어져 나갈 듯한

낡아버린 시트지 표면의 수납장 위에

볼품없는 창틀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이하며 바깥 구경하는 아이들

모든 것이 낡고 볼품없지만

너희 둘만큼은 생기롭고 산뜻하구나

나에겐 봄 그 자체인 사진이다


반지하에도 빛은 들어온단다

나도 조금 더 힘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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