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으로의 초대/그저그런날들

33살 백수, 이번인생존망

by J.YEOB 2018. 7. 25.
반응형

공장에서 4~5개월 일하다가 또 그만둠

일이 힘든 건 참을 수 있었다. 더위에 천막 밑에서 일하는 것도, 무거운 박스를 하루 종일 나르는 것도, 쉴 틈 없는 업무와 야근, 심지어 일요일 출근까지도 버텼다. 분노조절이 안 되는 아저씨들의 막말도 참고 견뎠다.그런데 진상이랑 일하는 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이번에도 그만두고 말았다.

고기 사준 이유가 있었다

나는 나름대로 일을 잘해서인지 박스 공장에서 제일 중요한 라인에 배치받았다. "일만 잘하면 월급 금방 올려준다"는 말에 희망을 품고 불만 없이 열심히 해보려 했다. 라인을 옮기기 전, 기장님이 고기를 사주셨는데, 그때는 정말 고마운 마음으로 잘 먹었다.

 

하지만 라인을 옮기고 첫 근무날부터 뭔가 느낌이 쎄했다.새로운 라인은 3명이 한 팀이 되어 일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이 라인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쉬는 시간이 1분도 없었다. 큰 박스들을 계속 기계에 올려야 하는데, 나는 처음 해보는 일이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술 냄새를 풍기며 다가온 기장이 왜 이렇게 느리냐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뭔가를 물어보면 **"니가 알아서 해"**라는 대답뿐.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 외국인 친구는 한국어를 잘 못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기장은 내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도 트집을 잡았다.

 

조금만 느려도 일에 지장이 생긴다며 욕을 하고, 나뿐만 아니라 외국인 동료와 다른 라인 사람들까지도 막 대했다.그제야 고기를 사준 이유를 알았다. 이 라인만 가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사람들이 나간다더니, 그 말을 이제야 이해했다.

 

그래도 꾹 참았다. 첫날부터 야근이 있었는데, 흔쾌히 하겠다고 하고 남아 일을 했다. 그런데 야근 중에도 끊임없이 짜증과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출근 시간 논란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또 짜증이다. 출근 시간은 8시 30분인데, 나는 몇 달간 8시 20분까지 회사에 도착해 준비를 해왔다. 그런데 기장이 갑자기 **"왜 8시 5분까지 안 나오냐"**고 물었다.

 

아니, 출근 시간이 8시 30분인데 왜 나만 8시 5분까지 나오라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 전부 20분까지 나오는데? 이유를 묻자, **"그게 일을 배우는 자세"**라고 한다.

 

뭐, 대충 끄덕이며 넘겼지만, 기분이 계속 찜찜했다. 그리고 그날도 어김없이 작은 실수 하나에도 잔소리와 욕을 들었다. 다른 라인 사람들은 지나가며 **"힘내라"**고 응원해줬지만, 내 짜증은 점점 쌓여갔다.그날도 반강제로 야근을 했다.

결국 폭발, 사직서 쓰다

토요일 아침, 땀을 뻘뻘 흘리며 정말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기장은 또 별거 아닌 일에 트집을 잡으며 욕을 퍼부었다. 작은 거 하나라도 자기 스타일대로 하지 않으면 난리가 나고, 입에 욕이 끊이지 않았다.

 

퇴근하려고 하는데, 기장이 일요일 출근을 하라고 한다. 내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고, 정말 정중하게 말했다.


"제가 내일은 못 나올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이 출근하면 안 되겠습니까?"그런데 돌아온 대답.


"내가 하자면 하는 거야. 그럴 거면 일을 하지 말라."

 

순간 속이 차분해졌다. 그리고 나긋하게 대답했다. "네, 그럼 안 할게요. 그만두겠습니다."바로 사무실에 가서 사직서를 쓰고 집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왜 어딜 가나 이런 사람은 있는 걸까

사실 이 회사는 친구가 추천해준 곳이라 친구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서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왜 어딜 가나 이런 사람들이 있는 걸까. 육체적으로 힘든 건 참아도 정신적으로 힘든 건 도저히 못 참겠다.이제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물류와 공장 일만 해왔으니, 경력으로 인정받을 곳도 없고, 어디를 가도 신입으로 시작해야 한다.

 

5개월 동안 열심히 일하며 쌓아온 노력을 단 3일 만에 무너뜨린 그 기장을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난다. 왜 굳이 라인을 옮겨서 잘 일하던 사람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제 또 뭘 해야 할까

하아… 이제 또 뭘 해야 할까. 정말 답답하다. 남은 빚도 많고,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이런 얘기를 친구들에게 털어놓으면 **"그 나이에 철 좀 들어라"**고들 한다. 그런데 철이 들고 안 들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환경에서 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다시 이력서를 쓰며 생각한다. 앞으로는 정말 더 나은 곳을 찾을 수 있을까?

반응형